요즈음 충남 서천군 장항에 가면 ‘향미’를 찾아야 한다. 향미가 누굴까? 향미는 사람이 아니라, 장항의 다양한 향(香)과 미(味)를 의미한다. 지역 해설사와 함께 장항만이 간직한 향(香), 미(味)를 찾아 나서보자. 장항항의 바다 내음과 옛 철길 따라 피어나는 장미 향기를 맡으며 장항의 별미와 추억의 맛을 음미한다. 골목과 철길, 항구를 따라 걸으며 그 속에 담긴 지역민의 삶, 장항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에 지역 특색을 살린 알찬 체험이 더해진다. 생활관광 프로그램 ‘향미와 함께하는 장항6080 골목나들이’를 통해 눈요기로 즐기는 데서 나아가 속까지 제대로 알아가는 여행을 경험한다.
장항은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시 펼쳐내고 있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과 마주한 충남 서천의 장항은 군산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가 1930년대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해 세운 조선제련주식회사(옛 장항제련소의 전신), 수탈 물자를 실어나르던 장항역과 장항항 등이 대표적이다. 철도와 항구, 제련소를 갖춘 장항은 근대산업도시로 성장하며 번성했다. 하지만 번성기를 이끌던 장항제련소가 1989년 용광로를 폐쇄하고 금강하굿둑으로 인해 장항항 기능도 축소되면서 장항은 쇠퇴했다. 주민들은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만 할 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다시 펼쳐내기로 했다. 그런 노력 끝에 뱃사람과 노동자가 떠나 을씨년스러웠던 장항의 골목길이 최근에는 여행자로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정해진 장소를 돌며 금괴를 찾는 코스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젊은 층에게 인기다
장항의 의미 있는 공간을 좀 더 세세히 돌아보고 체험하는 코스이다
장항도시탐험역은 예전의 장항역에 둥지를 튼 새로운 문화관광 공간이다. 1930년 문을 연 장항역은 장항의 발전을 이끌었으나 장항선 직선화 사업으로 2008년 국립생태원 인근으로 역사를 옮기고 장항화물역이 되었다. 하지만 2017년 화물열차 운행마저 중단하면서 역이 문을 닫자 서천군은 이곳을 장항과 장항역의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 여행자와 주민을 위한 휴식 공간,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또한 시기별로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도 연다.
미션 여행은 옛 장항제련소에서 사라진 금괴를 찾는 테마로 구성했다. 장항제련소 용광로 폐쇄로 쇠퇴한 장항에 금괴를 찾아 희망의 불씨를 불어넣자는 취지를 담았다. 장항 해설사와 함께 해당 코스를 돌며 곳곳에 숨은 금괴를 찾아 인증 사진을 찍는다. 먼저 장항도시탐험역에서 퍼즐 맞추기를 시작한다. 퍼즐을 완성하면 첫 번째 금괴가 있는 장소에 대한 단서가 나온다. 차례차례 장소를 옮겨가며 금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소마다 지역 해설사의 설명이 더해져 알차다. 금괴를 찾는 미션 덕에 아이들도 지루할 새 없이 프로그램을 즐긴다.
느린 여행에 참가하면 장항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군산과 장항을 오가는 배가 있던 시절, 배를 타러 뛰어가던 도선장(나루터), 고깃배에 얼음을 운반하던 얼음다리(송빙교), 하루 일을 끝낸 고깃배들이 모여 쉬던 물양장(소형선 부두) 등 장항 사람들의 삶이 어린 장소들을 돌아본다. 단순히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다. 계절별로 재미난 체험을 진행한다. 여름철에는 실제 제빙공장에서 다리를 통해 배로 얼음을 옮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얼음이 얼음다리와 쇄빙탑을 통해 어선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시원하다.
가을·겨울철에는 서천의 특산물 ‘항만 박대’ 굽기 체험을 한다.
지금은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변신한 서천 구 장항미곡창고(국가등록문화재 제591호)도 돌아본다. 일제강점기 때 쌀 수탈을 목적으로 건축한 장항미곡창고는 한때는 동네 꼬맹이들이 술래잡기하던 놀이터이기도 했다. 장항 사람들의 옛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을 전시하는 예소아카이브도 인상적이다. 아담한 공간에 1960~70년대 흑백사진과 옛 사진촬영 도구를 전시해 옛날 사진관에 머무는 느낌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빛바랜 사진 속에서 빛나고 있다.
미션 여행과 느린 여행 중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마지막은 장항 청년 커뮤니티 공간 두빛나래에서 체험과 함께 마무리한다. ‘향미와 함께하는 장항6080 골목나들이’ 콘셉트에 맞게 달고나 만들기, 달고나 밀크티 만들기, 입는 아로마 만들기 체험이 이뤄진다. 추억의 주전부리인 달고나 만들기 체험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한다. 사회 분위기에 맞춰 입는 아로마 만들기 체험 대신 당분간 아로마 손소독제 만들기를 진행한다.
두빛나래는 카페 공간으로 꾸며놓아 프로그램이 마무리된 후 쉬어가기 좋다. 꼭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카페만 이용하거나 일부 원하는 체험 프로그램만 이용해도 된다. 건축물에 장항의 역사를 담아낸 두빛나래 안팎도 눈여겨 살펴보자. 적산가옥의 틀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한 채 개보수했고 제련소에서 광석을 제련한 후 남은 찌꺼기(슬래그)로 만든 벽돌도 사용했다. 대형 제련소가 있던 장항에는 이런 벽돌로 만든 건축물이 많다.
장항을 떠나기 전 식사 한 끼는 꼭 할 것. 두빛나래 주변으로 음식점이 많은데 ‘장항6080 음식골목 맛나로’라는 음식문화 특화 거리다. 장항의 번성기에 뱃사람과 노동자가 모여들자 자연스럽게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 그때부터 꾸준히 영업 중인 오래된 가게가 많고 저마다 주력 메뉴가 있다. 꽃게무침, 물메기탕, 갑오징어 물회, 서대탕, 홍어탕, 아귀탕, 붕장어구이 같은 해산물부터 닭볶음탕, 만두전골, 불고기백반 등 일반 식사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부담 없는 가격에 푸짐한 백반 한 상도 먹을 수 있다. 10월과 11월 매주 토요일 점심시간 무렵에는 맛나로에서 다채로운 버스킹이 열려 듣는 재미를 더한다.
장항을 떠나기 전 식사 한 끼는 꼭 할 것. 두빛나래 주변으로 음식점이 많은데 ‘장항6080 음식골목 맛나로’라는 음식문화 특화 거리다. 장항의 번성기에 뱃사람과 노동자가 모여들자 자연스럽게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 그때부터 꾸준히 영업 중인 오래된 가게가 많고 저마다 주력 메뉴가 있다. 꽃게무침, 물메기탕, 갑오징어 물회, 서대탕, 홍어탕, 아귀탕, 붕장어구이 같은 해산물부터 닭볶음탕, 만두전골, 불고기백반 등 일반 식사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부담 없는 가격에 푸짐한 백반 한 상도 먹을 수 있다. 10월과 11월 매주 토요일 점심시간 무렵에는 맛나로에서 다채로운 버스킹이 열려 듣는 재미를 더한다.